갑자기 날씨가 싸늘해졌습니다.
그간 잘 지내셨나요?
지난 9월의 끝자락에 진행한 «일회용 컵으로 종이 만들기»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.
이승희 작가님의 알찬 준비와 여러분과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더욱 알찬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.
저는 오늘 우리 워크숍 끈과 띠가 속해있는 필요충분조건의 전시 설치를 마치고 왔는데요, 이 메일은 내일 아침에 발송되겠지요. 워크숍을 진행하며 눈에 담았던 것들을 허겁지겁 그려내느라 인사가 늦어졌습니다.
이번 워크숍에서는 이승희 작가님이 종이컵으로 종이를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된 계기와 그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, 미술인으로서 환경에 대해 잠시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.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폴리에틸렌 코팅이 한번만 쓰고 버리는 일회용 종이컵을 만드는 것에 사용될 거라는 것을 과거의 과학자들은 알았을까-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습니다. 종이컵이 우수한 펄프로 만들어지는 것에 비해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되어서 재활용되지 못하기에 이를 벗겨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는데요, '이 컵은 재활용이 가능합니다.'라고 적혀있는 맥도날드 컵이 사실은 안팎으로 이중 코팅이 되어있다는 걸 알았을 때 조금 배신감이 들기도 했습니다.
워크숍 이후 사적으로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, 어떤 작가님께서는 승희 님의 재생지에 어떤 것을 얹어낼지 오랜 시간 고민하고 있다고 하시고, 또 어떤 작가님께서는 귀여운 종이를 만들기 위해 워크숍 이후 귀여운 종이컵을 수집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. 저는 조금 더 텀블러를 열심히 들고 다니게 되었는데요, 맥도날드에서도 텀블러 사용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시도해보았는데 무척 성공적이어서 뿌듯했다는 소소한 이야기를 여러분께 공유해봅니다.
네트워킹 워크숍 끈과 띠는 이번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는데요, 그래서인지 유달리 여러분이 있었던 풍경과 시각 예술인들이 함께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작업 과정에서 조금 더 여운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.
그러고 보면 이번 워크숍도 참 꿈같았던 거 같은데요, 왜 우리 워크숍은 항상 좀 그런 느낌인지 모를 일입니다.
아무튼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으니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, 시각예술인 농번기 건강하게 잘 나도록 합시다.